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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대리점 택배기사 파업에 대한 원청회사의 사용자성 인정 판례

2021-08-13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 9. 9. 선고 2019고정1106

 

 

주 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 A에 대한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J노동조합 K지부(이하 'J노조 K지부'라 한다) L지회는 2018. 4.초순경부터 피해자 M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L지점에 속해 있는 각 대리점들과 택배분류작업에 대한 수수료 인정 및 기존 수수료율 인하 문제와 관련하여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2018. 6. 23.경 협의가 중단되자, 2018. 6. 25.경부터 이틀간에 걸쳐 택배분류작업에 비협조하는 방법으로 배송거부를 하게 되었다.

이에 피해자 회사가 2018. 6. 27.경 택배화물을 L터미널에서 N터미널로 옮긴 후 직영택배기사를 통해 배송업무를 하려고 하자 위 L지회와의 갈등이 고조되었다.

. 피고인 A의 업무방해

 

피고인 A은 피해자 회사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들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이자 L지회 조직부장이다.

피고인은 동료 택배기사이자 L지회 조합원인 O, P, Q, R, S과 함께, 2018. 6. 27. 12:00경부터 같은 날 14:00경까지 부산 사상구 T에 있는 피해자 회사의 N터미널 후문과 정문의 진출입로와 그 사이 공간에 피고인 소유의 차량(U)을 포함하여 조합원들 택배차량 6대를 각 세워 주차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 직영 택배차량의 통행을 막아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J노조 K지부 L지회 소속 택배기사 5명과 공모하여, 위력으로써 피해자 회사의 택배화물 배송업무를 방해하였다.

 

. 피고인 B, 피고인 C, 피고인 E, 피고인 F, 피고인 D의 업무방해

 

피고인 B은 택배기사로서 J노조 K지부 노동안전국장이고, 피고인 C은 택배기사로서 J노조 K지부 사무국장이고, 피고인 E은 택배기사로서 J노조 K지부 L지회 지회장이고, 피고인 F은 택배기사로서 L지회 사무부장이고, 피고인 D은 택배기사로서 J노조 K지부 V지회 지회장이다.

피고인들은 J노조 K지부 W지회 지회장 X, W지회 교육선전부장 Y, V지회 사무부장 Z, K지부 조합원 60여명과 함께, 2018. 6. 27. 12:30경부터 같은 날 20:30경까지 제1항 기재와 같은 피해자 회사의 N터미널 분류 작업장과 정문 앞에서 피해자 회사의 직영택배기사들이 택배화물을 운반용 롤테이너에 실어 운반하려는 것을 손으로 붙잡거나 몸으로 막거나 밀고, 직영 택배차량 앞에 수십 명이 몸을 밀착하여 서있거나 운전석 문을 두드리는 방법으로 차량 통행을 막아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J노조 K지부 조합원들과 공모하여, 위력으로써 피해자 회사의 택배화물 배송업무를 방해하였다.

 

2. 사건의 개요 및 주장 정리

. 이 사건의 개요

1) 당사자들의 관계

피해자 회사는 전국에 13개의 허브터미널(광역 터미널) 및 약 260여개의 서브터미널(지역 터미널)을 구축하고 각 서브터미널 1곳당 평균 8개의 집배점(대리점)을 설치하여 집배점 위수탁계약을 통해 택배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각 집배점주들은 택배기사들과 재차 택배 위수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각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를 통해 택배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피해자 회사의 택배업무를 수행하는 택배기사는 일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택배기사(일응 '직영택배기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배점주와 택배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이다.

 

2) 이 사건에 이른 경위

택배기사들의 근로환경 및 근로조건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되던 중 택배기사들은 2017. 11.J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을 설립하였고, 이 사건 노조의 K지부 L지회는 2018. 4.경부터 각 집배점주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집배점주들은 피고인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기간 교섭에 불응하였다. 이에 노조원들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2018. 6.경부터 택배분류작업에 비협조하는 방식의 배송거부를 시작하였다(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다툼이 없다). 피해자 회사는 위 파업으로 인해 분류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적치된 화물들을 L터미널에서 N터미널로 옮긴 후 직영택배기사를 통한 대체배송을 시작하였고, 피고인들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동에 이르렀다.

 

.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

피해자 회사가 직영택배기사를 이용하여 대체배송을 실시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43조 제1항에 반하는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행위에 해당한다. 피고인들은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직영택배기사들의 출차를 방해한 것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거나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

 

3. 판단

. 논의의 전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노동 3권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 등을 위해 행한 정당한 행위는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노동조합법 제4). 다만, 쟁의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은 사용자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3자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들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회사는 위수탁계약 관계에 있는 집배점을 통하여 배송기사인 피고인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형태로 배송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바,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쟁의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3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간접고용'에서의 쟁의행위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가 문제되는데, 이에 관하여 최근 대법원은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어나 도급인의 형법상 보호되는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관계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갖추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가 아닌 도급인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법령에 의한 정당한 행위로서 법익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이 집결하여 함께 근로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고, 쟁의행위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파업이나 태업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급인은 비록 수급인 소속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유하기 위하여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인 수급인에 대한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져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한 경우, 그것이 항상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1927 판결),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정당한 쟁의행위가 형법상 보호되는 도급인의 법익을 침해하더라도,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됨을 분명히 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대체인력 투입행위 자체가 위법함을 전제로 이에 대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업무방해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하므로, 피해자의 대체인력 투입행위가 위법한지 나아가 피해자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아래에서 항을 달리하여 본다.

 

. 대체인력 투입 행위의 위법성 여부

1) 피해자 회사가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에서는 '사용자'에 관하여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근로기준법과 동일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검사는,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한바 없으므로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들과 사이에서 위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노동조합법 제1),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내용이 다르고, 이러한 입법 목적과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개념보다 확장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위 제43조의 규정은 사용자의 쟁의행위 대항수단이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될 경우 근로자 쟁의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받게 되므로 이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함으로써 근로자의 쟁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고, 여기에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의 간접고용관계에서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실질적으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의 결과를 향유하고,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원청업체의 영향력 아래에서 근로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상황을 더해 보면, 비록 근로계약상 사업주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노동조합법 제43조의 적용을 받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8881 판결 참조).

 

) 이 사건에서 피해자 회사가 노동조합법 제43조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해자 회사는 피해자 회사와 집배점주, 집배점주와 택배기사 사이의 각 위수탁계약에 따라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을 통해 택배사업을 수행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변호인 제출 증11(서울행정법원 2019. 11. 28. 선고 2018구합50918 판결문)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택배기사들은 피해자 회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피해자 회사가 요청한 작업 내용을 확인하고, 배송출발, 배송완료, 집화출발, 집화완료 등 각 단계의 택배 화물 처리 정보를 피해자 회사에게 전송하며, 피해자 회사는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 업무수행을 확인하거나 지시하는 점, 피해자 회사는 업무매뉴얼을 통해 택배기사의 출근시간을 오전 7시로 정하고 있고, 유니폼 착용 등 복장을 비롯한 각종 업무에 관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택배기사에게 제시·교육하면서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점, 택배기사의 업무수행에 따라 기록되는 각종 지표와 실적은 해당 어플리케이션과 연동된 별도의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집계되고, 피해자 회사는 택배기사의 실적 등을 해당 택배기사가 소속된 집배점과의 재계약 여부시 반영하고 있는 점, 피해자 회사는 택배기사의 업무수행 내역 및 집배점 위수탁계약에서 정한 수수료 기준표에 따라 매월 수수료를 산정하여 집배점주에게 지급하고, 집배점주는 피해자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를 재원으로 해당 택배기사와 체결한 위수탁계약에서 정한 수수료율에 따라 일부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택배 업무 수수료로 지급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 회사가 택배기사들의 작업 내용과 방법을 비롯한 각종 업무수행 및 근로조건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는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동조합법 제43조 소정의 대체인력 사용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2) 피해자 회사가 다른 지역의 택배기사로 하여금 택배운송 작업을 하도록 한 행위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만의 채용 또는 대체를 금지할 뿐이므로, 당해 사업과 관계있는 자의 대체업무는 당연히 허용된다. 이에 대해 검사는 통상 '사업'이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계속적·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전체로서의 독립성을 갖춘 하나의 기업체조직을 뜻한다고 해석되고 있으므로, 위 제43조의 '사업'도 이와 동일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각주1>

 

)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에 따르면, 사용자의 사업 규모가 클수록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부담은 더욱 적어지고 반대로 근로자들의 쟁의권이 형해화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므로, 사용자의 대체고용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노동자의 쟁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43조 제3항 및 제4항에서는 필수공익사업의 사용자에 대하여만 예외적으로 대체고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그 경우에도 대체가능한 고용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는바, 앞서 든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비롯하여 관련 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당해 사업'의 범위는 대체 근로로 말미암아 근로자들의 쟁의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위 제43조와 같은 취지에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은 "파견사업주는 쟁의행위 중인 사업장에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근로자를 파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사용자의 대체근로의 제한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자 무기대등의 원칙을 규정한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당해 사업'의 범위는 해당 사업체의 업무적 특성과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업무관리 행태 및 내용 등을 바탕으로 쟁의행위 중인 사업장의 업무나 노무 관리와 일관된 공정 아래에 일체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 이 사건의 경우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 회사의 각 지역별 택배업무는 다른 지역의 택배업무와 사이에 그 업무나 노무 관리가 일관된 공정 하에 일체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당해 사업'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피해자 회사가 서울, 경북, 충북 등 다른 지역 택배기사들을 투입한 행위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 투입한 것으로 위법한 대체인력의 투입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해자 회사는 전국적 물류시스템을 통해 택배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각 지역의 물류시스템이 상호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기는 하나 이는 전국권역 택배사업이 가지는 구조적 특성으로 보일 뿐이고, 달리 각 지역 택배기사들의 업무 자체가 서로 일체로서 일관된 공정 아래에 관리되고 있음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

오히려 관련 사건 판결문에 의하면(증제 11), 피해자 회사는 각 지역의 집배점주들과 사이에 책임배송구역을 지정하여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각 지역의 집배점주들은 해당 책임배송구역 범위 내에서 택배기사들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택배기사의 책임배송구역을 정하고 있으며, 택배기사들은 각자의 책임배송구역 내에서는 자율적으로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므로(증제11 참조), 그 업무적 특성상 각 지역별 택배기사들의 배송업무가 다른 지역과 일체로서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택배기사들의 배송업무가 각자의 책임배송구역 범위 내에 국한되는 이상, L터미널에서 택배 업무를 수행하는 택배기사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택배 화물에 대한 집배송 업무가 중단될 뿐이고, 서울, 충북, 경북 등 다른 지역에 있는 집배점이나 관련 택배기사들의 업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당해 사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할 경우 피해자 회사와 같이 전국을 권역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기업체에 대하여는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에 따라 대체인력의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를 사실상 인정할 여지가 없게 되어 위 규정의 취지가 잠탈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 피고인들의 행위가 상당한 범위 내에 이루어진 실력행사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채용 또는 대체하는 경우,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쟁의행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143800 판결 등 참조). 위법한 대체근로를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 경위, 목적, 수단과 방법,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1927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회사의 직영기사들의 택배운송 업무를 방해한 것은 위법한 대체인력 사용 저지를 위한 상당한 범위 내의 실력행사에 해당하므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집배점주들은 노동조합 측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피해자 회사를 통해 위법한 대체인력으로 조합원들의 택배화물을 배송하려 하였고, 피고인들은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행위에 이르렀다.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위법한 대체인력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 근로제공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인 N터미널에서 쟁의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할 것이고, 쟁의행위가 이루어진 시간은 2시간 ~ 8시간 남짓으로 피고인들이 N터미널을 전면적·배타적으로 점거하지도 않았다.

증인 AA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집회 당시 N터미널의 물량은 모두 정상적으로 빠져 나갔다.'고 진술하였고, 증인 AB'L지회 물량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조합원들은 모두 물러났고 택배차량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터미널을 빠져나갔다.'고 진술하였는바, 당시 N터미널의 택배화물에 대한 배송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은 N터미널 진출입로 및 일부 통행로에 차량을 주차하는 방법으로 직영택배기사들의 차량 운행을 막았고, 또한 직영택배기사들이 택배화물을 운반용 롤테이너에 실어 운반하려는 것을 손으로 붙잡거나 몸으로 막고, 택배차량 앞에 여러 명이 몸을 밀착하여 서 있는 방법으로 차량 통행을 막아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였는데,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폭력, 협박 및 파괴행위에 나아가지 아니한 소극적, 방어적 행위에 불과하다.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와 방법, 시간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 회사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 A에 대하여는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